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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도의회 재량사업비 전면 폐지하라"
도의원별로 또다시 20억원으로 증액 요구
“도의회 재량사업비 전면 폐지하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가 새해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정면 출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제주도의회가 사실상 재량사업비로 의원별 20억원 증액 배정과 함께 집행부 예산편성과정에서 도의회와 사전 협의를 요구하고 있는 문제다
.
제주도의회는 겉으로는 ‘예산 협치’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집행부의 법적 고유 권한인 예산 편성권을 무시한 채 사전 협의라는 구실로 월권행위를 시도하는가 하면 2012년 선심성 예산이라는 지적에 따라 폐지된 재량사업비를 또 다시 20억원으로 대폭 증액하려 하고 있다.
 
제주자치도의 심각한 재정난과 가용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의원 몫’으로 막대한 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제 밥 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몰염치한 행태다. 또한 ‘예산편성 사전 협의’ 요구 역시 법률로 규정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물론 예산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주도의회는 내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의원들의 공약인 지역현안사업비로 의원별 10억원을 비롯해 소위 ‘재량사업비’로 불리는 주민숙원사업비를 현행 3억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제주도에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41명 전체 의원으로 볼 때 무려 82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다.
 
‘포괄사업비’, ‘풀(Pool) 사업비'로도 불리는 재량사업비는 특정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지방의원 1인당 일정액을 배분해 온 예산으로 지역구 관리 및 선심성 예산이라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지난 2012년 폐지됐다. 당시 감사원은 제주자치도 감사에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의원별 1인당 연간 평균 2억3000만원씩 5년간 총 480억원을 재량사업비로 편성, 집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량사업비가 폐지된 2012년에는 감사원의 폐지요구에도 불구하고 재량사업비를 주민숙원사업비라는 항목으로 바꿔 의원별로 종전보다 1억원이나 증액한 3억3000만원씩 배정했다. 주민숙원사업비 역시 재량사업비처럼 사업계획서만 제출받아 총액 한도 내에서 편성, 집행하고 있다. ‘사업계획서 제출’이란 모양새만 갖췄을 뿐 사실상 재량사업비와 다름없다. 의원들로서는 지역구 주민들에게 생색내기 딱 좋은 예산이다.
 
제주도의회는 재량사업비 1억원 증액도 모자라 2013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의원별로 1인당 5억원까지 증액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제주자치도가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그런데 제10대 도의회가 출범하자 또다시 재량사업비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도의회는 ‘예산 협치’, ‘예산편성 관행 개혁’을 운운하지만 그 속내는 ‘쌈짓돈’처럼 쓸 수 있는 재량사업비를 어떻게든 증액시키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는 재량사업비가 매번 이렇게 수백억씩 쓰인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굳이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주민참여 예산을 활용해 사용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해도 무방하다. ‘의원 몫’의 획일적이고 막대한 예산 배정으로 재정난을 가중시킨다면 정작 중요하고 시급한 사업들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제주도의회의 예산 난도질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제주도의회 예산심의권한은 예산안을 삭감하는 권한만 갖고 있을 뿐 증액하거나 새로운 예산항목을 만들어 편성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부의 동의라는 미명하에 예산심의 과정에서 없는 사업을 새롭게 만들어 편성하거나 증액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다행히 제주자치도가 도의회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은 당연하고 적절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제주도의회가 내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보복성 행태를 보인다면 도의회의 명예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제주도의회는 도민 혈세를 지역구 관리와 선심성 사업에 쓰려고 궁리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재량사업비 증액 요구를 떠나 전면 폐지해야 한다. 또한 허투루 쓰이는 예산이 없도록 철저하게 예산을 심의하고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는 의회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이런 본연의 책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개인 예산 챙기기에 급급한다면 제주경실련은 그동안 의원별로 집행된 재량사업비 사업내역에 대한 공개를 요청해 이를 도민에게 공표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을 강조한다.
 
2014.  10.  15.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